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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리띠(chungeuni@naver.com)

순례자의 길에서 만난 기세라는 우연히 같은 방을 쓰게된 오스트리아인이었다.
독일어권 사람답게 예의바르고, 배려심 있고, 그닥 말이 많지도 적지도 않고 딱 적당히, 처음 보는 사람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하루 같은 방을 쓴 뒤 산티아고로 가는 동안 일곱 여덟 번은 만난 것 같다.
순례자의 길에서 가장 자주 만난 인연.
나랑 걸음 걸이가 비슷한 유럽 사람이라니...-_-;;; 말도 안돼.
사실 기세라는 매우 잘 걷는 워커다.
“나와 아빠는 타고난 워커(Walker)야. 등산을 좋아하고 산을 좋아해서 어렸을 때부터 아빠와 둘이서 캠핑장도 많이 다녔지. 엄마는 걷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하루에 40~50km씩 걸을 수도 있는데 매일 그렇게 걸었다간 아마 다리가 남아나지 않을꺼야. 휴가 때마다 걷는데 이번에는 이쪽 길을 선택했단다.”
이런 기세라가 느려터진 나와 길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그녀가 중간 도시마다 2~3일씩 휴식을 취하며 걸었기 때문. 하.하.하. -,.-
사실은 예전에 오스트리아에서 만났던 인종차별주의자 때문에 오스트리아인에 대한 선입견이 생겼었는데 기세라 언니 덕분에 그때의 상처를 치유하게 됐다.
나쁜 사람은 국적에 관련없다는 것, 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차별하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어디나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다.
순례자의 길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여행과 관련된 일을 한다고 했더니 자기가 살고 있는 그라츠는 오스트리아의 제2의 도시이며 문화적으로, 역사적으로 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으니 꼭 오라고 했다.
그 말을 기억하고 있다가 그라츠에 들리게 되었는데 하루종일 도시 이곳저곳을 꼼꼼히 보여주고 집에서 재워주는 등 많은 친절을 베풀어 주었다.
항상 주변사람을 챙겨주는 입장이었는데 다섯 살 많은 언니가 돌봐주니 정말 친언니처럼 따뜻했던 기억으로 남는다.
언니가 보고싶다.
2008. 11. 8 pretty 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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