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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리띠(chungeuni@naver.com)  



고대 미얀마왕국의 수도로 1,000년 동안
4,000개의 파고다(불탑)이 세워져 있는 곳, 바간.


사진에서만 보던 거대한 규모의 불탑군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콩닥이며 뛰었던 가슴도 잠시,

파고다에 들어갈 때마다 몰려드는 물건 파는 아이들 때문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난 고요한 천년의 파고다를 만나러 왔는데
누군가 졸졸 쫓아다니며 똑같은 톤의 목소리로,
"럭키 머니 포 미(Lucky for me), 온니 원 따우젠 짯(Only one thousand chayt)
이라고 100번만 말한다고 해보자.


포인트는 '똑같은 톤'에 있다.
아... 다시 생각해도 머리가 아파온다. ㅠ_ㅠ

머리가 아파서라도 돈을 꺼냈겠지만,
난 이미 지난 파고다에서 핸드페인팅 그림을
휴대용 거울까지 붙여서 사 버리는 바람에 돈이 정말 없단 말이다. ㅠ_ㅠ

제말 나에게서 떨어져 주렴...ㅠ_ㅠ

그러다 일몰로 유명한 쉬산도 파고다에 도착했다.
역시나 대여섯명의 아이들이 따라왔고
‘봉봉(초콜릿)’을 달라느니 그림을 사달라느니 하는 끈질긴 호객행위가 시작되었다.

그 중에 계속 웃으며 총명한 기운을 풍기는 특이한 여자아이 하나가 있었다.
사진을 찍으려 하면 비켜주고, 걷는 틈을 타 유적지 설명을 해준다.
이전에 파고다에서 사람들이 귀찮게 했냐며 자기는 안그러겠단다.
엽서를 안사도 좋다며 유적지 설명과 자기 하고 싶은 말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내 이름은 체리에요. 14살이죠. 작년에는 비즈니스가 괜찮아서 돈을 많이 벌었어요.
하지만 가을 이후에 여행자들이 뚝 끊기면서(지난해 승려들의 민주화 운동으로 수십명의 미얀마 인들이 사망하고
일본인 기자가 사망하는 사건으로 여행자들이 급감했다.) 요즘은 무척 힘들어요.
그래서 지난해에는 학교를 갔었는데 올해는 못갔어요.
와불을 봤으면 이제 파고다에 올라가야해요. 이쪽으로 오세요. 신발은 여기에 두고 가도 돼요. :)”


“얼마가 있어야 학교에 갈 수 있는데?”

“1년에 학교에 내는 돈이 $15, 버스 등 이것저것 드는 돈이 $75가 들어요.
원래 저는 학교에 다니지 않았는데 이곳에 여행왔던 한 오스트리아인이 제게 학교갈 돈을 매년 보내줬어요.
처음엔 왜 가야하나 싶었는데 다닌 후로는 너무 재미있어서 제가 엄마에게 가겠다고 졸라댔죠. 히히”


“그 아저씨는 지금은 후원해주지 않니?”

“그분은 돌아가셨어요. 지금은 비즈니스가 잘 안되서 학교에 못가게 되었지만
내년에는 꼭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미얀마에서는 10인 가족이 한끼를 먹는 쌀가격이
500짯(400원정도)이에요. 물론, 부자들은 2,000짯하는 쌀을 먹죠. 보통 사람들은 1,000짯하는 쌀을 먹구요,
저희는 그 돈을 벌기위해 엽서를 팔아요. 조심해요! 거긴 해 때문에 발이 뜨거워요.”

체리는 똑똑하고 총명한 아이다. 바간에서 엽서를 팔긴 아까운 아이다.
체리를 후원을 했다던 오스트리아인의 마음을 알겠다.
$100로 이 아이를 1년간 학교에 보낼 수 있다면 $100짜리 가방을 사는 것보다 훨씬 가치있는 일일테니 말이다.

“전 틈틈이 영어공부를 해요. 프랑스어도, 스페인어도, 한국어도 조금하죠. 사실, 한국어는 정말 조금해요.
전 열심히 공부해서 이곳에 여행오는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어요.
아참, 꼭대기로 올라가지 말아요. 거긴 사람들이 많아 시끄러워요. 이곳에서도 충분히 잘 볼 수 있어요.”

“외국 친구들을 만나고 싶으면 여행을 가지 그러니?”

“아아~ 저는 아무래도 갈 수 없을 것 같아요. 돈이 없거든요.
그리고, 미얀마 사람들은 외국에 나가기 힘들어요. 말레이시아에 취업해서 나갈 수 있다고 하던데...”


“말레이시아에 돈을 벌러 가지는 말렴. (갑자기 한국에 일하러온 이주 노동자들이 생각났다.--;)
스튜어디어스는 어때? 돈도 벌고 외국도 다닐 수 있잖니.
하지만, 거긴 공부를 열심히 해야 들어갈 수 있을거야.”


“아! 그럼 저는 스튜어디스가 될래요! 열심히 공부해서!”

해질녘 파고다를 배경으로 체리는 환하게 웃었다.
체리의 웃는 모습이 너무 예뻐 사진을 찍었더니
사진과 엽서를 보내달라며 ‘체리, 쉬산도 파고다 옆’ 이라는 주소를 적어줬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난 한가지 고민이 생겼다.
자꾸 체리의 얼굴이 아른아른 거리는 것이다.

"$100면 1년 동안 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말이지..? 흠.."

그래서, 요즘은 체리를 학교에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데
편지에 돈을 넣으면 미얀마에서는 중간에 다 빼간단다. 물론, 소포도 마찬가지다.
또, 돈을 보냈다가 학교를 안보내고 쌀이나 자전거를 사는데 쓸까도 걱정이다.
중간에 이 아이와 연결해주는 단체가 있다면 좋겠다.

2008. 10. 7 pretty chung..:-)

ps : 미얀마에는 유난히 어린이를 후원해주는 외국인들이 많습니다.
아마, 이곳을 여행하는 분들도 저와 같은 생각을 많이 하실 것 같아요.
체리의 후원방법을 아시는 분이 계시면 제게 메일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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