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의 사진] 스페인-순례자의 길, 롤란드가 걸어오고 있다.
“너는 왜 순례자의 길을 걷게 되었어?”
“내 마음의 소리가 순례자의 길을 걸으라고 했어.”
롤란드는 조금 이상했다.
얼굴엔 어린아이와 같은 맑은 기운이 가득해 근심이란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목소리는 조금 하이톤이었는데 신기하게도 평조(?)로 얘기했다.
(꼭, 크리스마스날 되면 나오는 예수님과 관련된 영화에서 나레이터로 나오는 그런 성경읽는 목소리)
대부분의 순례자들처럼 최신 여행장비로 무장하고 있지도 않았고
운동화는 낡아빠졌고 옷은 딱 두 벌이었다.
걸을 땐 목에 타월을 하나 걸치고 모자를 썼고,
한손엔 1.5리터짜리 물을 들었으며 축지법을 배운 것처럼 나는 듯 걸었고
가끔 기분이 좋으면(full of energy 상태이면) 달리기도 했다. -,.-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걷는 길이라고 했다.
1990년대의 어느 날인가부터 더 이상 돈을 벌지 않고, 채식주의자가 되어 세계를 여행했다고 했다.
그 이유가 궁금해 물으니 “I want to know the truth." (진실을 찾으러) 란다.
조지오웰의 소설, ‘1984’ 에서처럼 세계는 빅브라더에 의해 콘트롤되고 길들여지고 있다고 했다.
미디어에서 말하는 것은 모두 진실일까? 우리가 배운 역사들은 사실일까?
예수님은 과연 실존한 인물이었을까? 아틀란티스 대륙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난 그 대답을 다 들었다. ㅎㅎㅎㅎ 안 알려준다. 음홧홧~!)
내가 좋아하는 X파일에서
"The truth is out there 진실은 항상 저 너머에 있다."고 말하는 멀더가
현실에 있는 것 같았다! +.+
며칠동안 롤란드는 거북이 같이 느린 나와 함께 걸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30년을 사는 동안 나보다 많이 여행한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넌 정말 특별해.”
“나도 지금까지 여행하는 동안 만났던 외국 사람들 중에 너가 제일 특이해. ㅎㅎㅎ”
롤란드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인도의 한 유명한 구루(스승) 밑에서 몇 년간 수행을 했는데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 고향인 오스트리아의 짤즈부르크로 돌아왔다.
자기 마을에서 사람들의 오오라(영적인 기)를 볼 수 있는 한 여성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녀를 만나는 순간 깨달음을 얻고 이제는 여행하는 것을 그만두고 정착할 때가 된것 같다고 했다.
10년 동안 진실을 찾아 헤맸는데, 결국 깨달음을 얻은 곳은 바로 자기 나라 오스트리아였다며 웃었다.
순례자의 길을 걸었던 파울로 코엘료가 쓴 ‘연금술사’에서 산티아고는 보물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여러 험난한 과정을 거쳐 보물이 묻혀있다는 피라미드까지 가지만 죽을 고비를 넘기고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보물은 자신이 양치기 시절, 양들과 함께 자곤했던 버려진 교회의 무화과 나무 아래 묻혀있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당신은 모든 걸 알고 있었잖아요?
내가 이 교회까지 올 수 있도록 금조각까지 미리 맡겨놓고 말예요.
미리 알려줄 수도 있지 않았나요?"
왕은 말했다.
"만일 내가 미리 일러주었더라면,
그대는 정녕 피라미드를 보지 못했으리니.
어땠나? 아름답지 않던가?"
롤란드는 짤즈부르크 근처의 산에서 오오라를 보는 수련을 할 것이라며
20년 뒤에 다시 만나자고 했다.
나는 할머니가 되어 있을테지만 자신은 아마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늙지 않고 있을 것이며 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현자들처럼 그렇게 존재하고 있을 거라고 했다.
우린 마법과 같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2007. 9. 3 pretty chung..:-)